장문 영화 리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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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행복은 1등석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제임스 카메론 <타이타닉>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세상에는 그런 영화들이 있다. 너무나도 유명해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꼭 한 번쯤 거쳐가야만 할 것 같은 작품이지만, 막상 영화를 재생하려고 하면 엄두가 안 나는 영화들 말이다. 그러한 마음이 들게 하는 데에는 크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일단 제일 큰 이유는 영화가 너무 유명해서 스토리와 결말은 물론 특정 장면들까지 세세하게 알고 있다는 점이다. 타이타닉 같은 경우는 남녀 주인공이 죽는다던가 알몸 스케치 장면 그리고 팔을 벌리고 자유를 만끽하는 장면 등 영화의 제목만 들어도 수많은 숏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정작 영화는 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이러한 이유가 그동안 타이타닉을 보지 않았던 첫 번째 이유다. 두 번째 이유는 말 그대로 영화가..
2023.02.17 -
사랑이라는 다층적인 형태 - 루카 구아다니노 <본즈 앤 올>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루카 구아다니노의 '본즈 앤 올'이 개봉에 앞서 이동진의 언택트톡을 통해 미리 접할 수 있다는 소식을 듣고 난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예매를 했다. 이번 베니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는 소식과 부산국제영화제에서의 뜨거운 반응, 무엇보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만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티모시 살라메와의 재결합까지. 미리 볼 수 있는 기회를 날릴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물론 필자는 아무리 기대작이 있다 할지라도 그 흔한 예고편이나 영화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지 않는 스타일이기에, 이 영화에 대해 아는 것은 루카 구아다니노와 티모시 살라메의 두번째 작품이라는 점과 카니발리즘을 다룬 파격적인 로맨스 영화라는 것뿐이었다...
2022.11.30 -
제국주의의 잔해와 교훈 - 시로 게라 <뱀의 포옹>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시로 게라 감독의 '뱀의 포옹'은 인간들의 욕심으로 벌어진 식민주의와 그에 따른 원주민들의 고통 그리고 그러한 어지러운 세상 속에서 우리들은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매우 독창적이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 영화를 매우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흥미로운 시각으로 감상하였다. 일단 위에 서술하였던 영화의 주제를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아마존의 정글이라는 매혹적인 자연을 미장센으로 흡수하여 풀어낸다는 점이 나를 매혹시켰고, 특히나 영화 배경의 주가 되는 정글과 특정 숏들에서는 내 인생 최고의 영화중 한 편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의 '열대병'이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훑는 모든 정글의 공간을 고무 전쟁으로 인한 콜롬비아의 ..
2022.11.11 -
타락한 사회를 바라보는 순수한 시선 -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EO>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전 글에도 후술했듯이, 나는 예지 스콜리모프스키 감독의 'EO'를 보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내가 좋아하는 감독인 로베르 브레송의 작품은 '당나귀 발타자르'를 재해석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예지 스콜리모프스키라는 감독 자체를 처음 접하였고, 'EO'를 보기 직전까지도 이 감독에 대해 알아보거나 필모그래피를 훑어보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당나귀 발타자르'를 재해석하였다는 작품이라는 것 자체에 이미 홀려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나는 부풀대로 부풀어 오른 기대감을 품은 채로 'EO'를 보기 위하여 서울동물영화제로 떠났다. 영화제는 메가박스 홍대에서 개최되었는데, 할로윈 기간과 겹쳐 거리에 사람이 매우 많았다. 그래도 영화관 안을 들어오니 그나마 사람 수가 줄..
2022.10.31 -
간절한 희망 끝의 축복 - 에릭 로메르 <겨울 이야기>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이번에 CGV에서 열린 에릭 로메르 특별전에서 시간이 허용하는 한, 최대한 많은 작품을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특별전에서 상영하는 영화들 모두 세상에 나온지 몇십 년이 지난 작품들이기에 집에서 합법적으로 볼 방법은 있지만, 영화는 기본적으로 영화관에서 볼 때 가장 완전하게 즐길 수 있다고 믿는 개인적인 신념이 있기에 최대한 영화관에서 보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것도 체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주말에 4편을 예매하였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겨울 이야기' - '수집가' - '녹색 광선' 순으로 감상을 하는 지옥 같은 스케줄을 짜고 그 뒤의 일은 나중의 나에게 맡기는 안일한 판단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난 ..
2022.10.26 -
시네마토그래프의 최전선 - 로베르 브레송 <사형수 탈출하다>
(해당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래 내가 가장 좋아하던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는 그의 유작인 '돈'이었다. 돈은 인간들이 창조해낸 물질적인 가치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 세상은 돈을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고 인간들은 결국 본인들이 만들어낸 물질에 지배당하는 삶을 살아게 된다는 아이러니와 돈과 인간의 욕망에 대한 상관관계를 그려내는 방식이 내 가치관에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브레송 감독의 타 작품인 '사형수 탈출하다'를 재감상하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최고작이 바뀌게 되었다. 내가 브레송의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아마도 대략 2년 전쯤일 것이다. 2년 전이면 한창 예술영화에 입문을 할 시기이다. 안드레이 타르코스프키의 유명세에 아무 생각 없이 '솔라리스'를 보았다가 호되..
2022.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