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장에서 본 것들 3

2023. 5. 23. 14:37짧은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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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전 글인 '최근 극장에서 본 것들 2'에서도 언급을 했었지만, 최근 들어 진짜 좋은 영화들이 많이 개봉합니다. 특히나 재개봉작들이 말이죠. 이번 글에서만 해도 재개봉 영화만 두 개를 리뷰할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신작들 폼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전체적으로 요즘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작품들 수준이 매우 높다고 생각됩니다. 여러 고전 명작들의 재개봉과 현존하는 거장들의 신작들까지, 매우 많은 기대작들이 즐비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리스트 중에서 웬만하면 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작품들은 다 봤기에, 이번 글을 통해 간단하게 리뷰를 해보고자 합니다.

 

 

 

1. 자전거 도둑

이탈리아의 자랑이자, 네오리얼리즘의 아버지라 불리는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자전거 도둑'을 이번 재개봉을 통해 처음으로 접하였습니다. 사실 '자전거 도둑' 뿐만 아니라, 비토리오 데 시카 감독의 작품 자체를 처음 봤습니다. 워낙 유명한 감독과 그러한 감독의 작품이기에 그동안 봐야겠다는 마음은 먹고 있었지만, 계속해서 미루다 극장에서 상영해주니 이제야 보게 되었네요. 영화는 명성대로 엄청난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흑백의 이미지와 1.37:1의 화면비로 이루어진 스크린 안에서 펼쳐지는 당대 이탈리아 사회의 부조리함을 생생하게 관객들에게 전달합니다. 보통 이미 너무 유명해져버린 고전 걸작들은 그러한 명성에서 나오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걱정되는 면이 없지 않아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걱정은 물론, 제가 했던 기대 이상의 감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이 세상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인간의 표본이 되려면, 아무래도 윤리와 도덕성의 원칙을 지켜가며 살아야 되겠죠. 하지만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권리마저 누리지 못하는 자들에게 애초에 윤리란, 그저 가진 자들의 허울뿐인 명예에 불과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윤리를 지키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윤리를 지킬 여유가 있는 생활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 이 세상은 모든 이들에게 그러한 여유를 제공해주지 않죠. 그러한 삶의 모순과 안타까움을 아는 감독은 자전거를 훔친 도둑을 질책하기보다는, 세상의 수많은 자전거 도둑을 빚어내는 사회를 진실된 카메라를 통해 여과 없이 스크린에 구현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잔인한 지점은, 바로 어린 아이를 비추는 쇼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잔인함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주인공의 아들을 통해, 영화의 비극을 더욱 강조시킵니다. 그러므로 아들은 어린아이의 순수함과 암울한 사회상이라는 어두움을 극단적으로 비교하는 대상으로서 극 안에서 탁월하게 작용합니다. 웬만하면 이번 기회에 극장에서 보시는 것을 권해드리지만, 만약 극장에서 볼 기회를 놓치셨으면 집에서라도 꼭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점: ★★★

 

 

 

2.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세상에는 걸작이라 불리는 수많은 영화들이 존재하죠. 하지만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걸작이라 불리는 허다한 작품들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대표작이라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넘볼 수 없는 위상 때문이죠. 전 세계의 영화 평론가와 영화감독 등의 모든 투표를 집계한, 소위 말하는 '사앤사 리스트'에서 수십 년 동안 최상위권의 자리를 유지한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대단한 족적을 남긴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SF 장르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쓰고, 지구인이 최초로 달을 밟기 1년 전에 이토록 완벽한 우주를 구현하였다는 점에서 기념비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큐브릭 감독의 작품은 '시계태엽 오렌지'이지만, 그가 만든 작품 중 다방면으로 가장 훌륭한 작품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라는 사실 하나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지식이지만, 그러한 인간의 발전 속도를 유일하게 발맞춰 따라올 수 있는 것 또한 기계뿐이죠. 발전된 인간의 지식을 가장 먼저 흡수하는 것이 바로 기계이기 때문이죠. 그러한 기계문명의 도래는 어느 순간부터 인간들에게 필요악의 존재가 되어버렸고, 그렇게 뿌리잡은 사회적 현상은 과도기를 거쳐 또 하나의 새로운 시대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인간의 대체품으로 신기술을 접목한 기계를 앞세우는 것은, 분명 인류의 편안함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태초부터 인간이 해오던 무언가를 하나둘씩 기계에게 의존하게 된다면, 우리 인류는 언젠가 우리의 손으로 직접 진화시킨 무언가에 역전되어 완전히 대체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영화는 말합니다. 그렇기에 감독은 만약 인류가 기계에게 역전되는 미래가 실제로 도래하게 된다면, 그것은 기계의 똑똑함이 아닌 기게를 너무 의존하는 동시에 무시하는 인간들의 패착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감독의 경고는, 무엇보다 신기술이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여겨지는 현대에서 계속해서 상기하고 새겨들어야 하는 영화적 통첩으로 남게 됩니다.

 

점: ★★★

 

 

 

3.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닌텐도사의 불후의 명작이라 불리는 '슈퍼 마리오' 게임이 영화로 나왔습니다. 전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기대치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옛 기억을 더듬어보면, 제가 처음으로 마리오를 접했던 때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던 것 같습니다. 아마 사촌누나의 집에서 당시에 핫했던 게임기인 닌텐도 DS를 통하여 '마리오 카트'라는 게임을 했을 거에요. 그리고 그 이후에 아버지께서 TV에 연결해서 하는 게임기인 닌텐도 WII를 사주셔서, 여러 가지의 마리오 시리즈의 게임을 즐겼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저도 한때는 마리오를 즐겼었던 과거가 있긴 하지만, 제 추억의 일부를 담당할 정도로 재미있게 플레이하거나 좋았던 기억은 딱히 없습니다. 옛날부터 콘솔 게임보다는, 컴퓨터로 하는 온라인 게임을 더 좋아했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도 워낙 유명한 게임의 캐릭터가 영화로 나온다 하니, 호기심에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당히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마리오의 팬분들이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요소들은 확실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심지어 단순한 팬을 넘어서 마리오가 삶의 일부인 분들이시라면, 이 영화는 황홀 그 자체로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이것들은 언제나 마리오에 대한 애정이 넘치시는 분들의 기준에서 그런 거지, 저처럼 일반 관객들에게는 그저 고루한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마리오와 피치 공주 등의 주연들이 세상을 구하는 내용인데, 애니메이션답게 포기하지 않는다면 이루지 못할 것은 없다는 착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내용을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일차원적입니다. 스토리의 유기성보다는 당장의 쇼트에 보여지는 팬 서비스가 영화의 목적이 되다 보니,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팬 서비스가 아닌 하나의 잘 세공된 애니메이션을 원한 저로서는, 그다지 좋은 작품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점: ★★

 

 

 

4. 토리와 로키타

어떻게 보면 홍상수 감독의 '물안에서'와 같이, 이번 년도 상반기 개봉작 중에 가장 기대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르덴 형제의 신작이죠. 그들의 영화는 언제나 좋은 감상을 남겨 주는 작품들뿐이죠. 상대적으로 '언노운 걸'이 쳐지는 느낌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조차 충분히 좋은 영화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걸작들이 즐비한 그들의 필모그래피 중, '아들'과 '로제타'는 특히나 더 놀랍죠. 비교적 혹평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최근작인 '소년 아메드'마저 저는 너무 좋게 봤습니다. 저에게 다르덴 형제는, 어떠한 영화를 들고 와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고 싶어지는 감독입니다. 범지구적인 사회적 문제들을 이토록 처연하면서도 리얼리즘적으로 풀어내는 동시에, 의도적으로 불투명하게 만든 기승전결의 플롯 끝에서 마주할 수 있는 탁월한 엔딩은 그야말로 영화적 마법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번 신작인 '토리와 로키타' 역시 평소 다르덴 형제가 영화를 다루는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매번 똑같은 방식으로 영화를 만듦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걸작들만 뽑아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앞서 언급한 듯이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은 의도적으로 기승전결을 불투명하게 풀어놓습니다. 그들이 다루는 영화 속 사회적 문제들은, 이미 영화 밖의 현실에서 수없이 마주했던 것들이기 때문이죠. 그들의 영화의 오프닝은 대부분 중간부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 이유는 영화 속 이들이 어떠한 사회적 부조리함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는지 관객들은 이미 알고 감상을 시작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이미 알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다시 한번 처음부터 정공법으로 풀어내지 않습니다. 이미 펼쳐진 상황 속에서, 극 중 인물들의 고뇌와 선택에만 집중하죠. 그들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와 그러한 삶을 만들어낸 사회 시스템의 부조리함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만듭니다. 미성년자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마약 배달을 할 수밖에 없는 토리와 로키타의 선택, 자신의 목숨을 걸면서까지 서로를 만나고 싶어 하는 토리와 로키타의 마음 등 영화는 사회의 부조리함에 착취당하는 이들의 삶만을 지독하게 조명합니다. '토리와 로키타'는 '내일을 위한 시간' 이후 나온 다르덴 형제의 최고작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도 다르덴 형제가 이 모순적인 사회에 더욱 관심을 갖고, 영화의 순기능을 통하여 이러한 부조리함을 온 세상에 알렸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점: ★★★★

 

 

 

5.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저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로 마블에 대한 관심이 전부 떠나가 버렸기에 잘은 모르지만, 아마도 근래 나온 마블의 작품들이 연속으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도 한때는 저 또한 마블의 팬이었기에, 최소한의 의리로 신작들이 나오면 영화관에 가서 꾸준히 챙겨 보고 있지만, 엔드게임 이후로 도통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나마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정도가 좋았네요. 여하튼 가장 최근에 본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가 완전 최악이었기에, 마블에 대한 신뢰도가 완전 휘발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또한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가오갤 시리즈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그냥 머리나 비우고 시원한 극장에서 팝콘이나 먹으면서 봐야겠다는 마인드로 영화에 임했습니다. 실제로 영화 역시 가볍게 즐기기에 좋은 팝콘무비였습니다.

 

일단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이질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신파였습니다. 본래 가오갤 시리즈의 가장 큰 매력은, 이 시리즈에서만 마주할 수 있는 유쾌한 개그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번 시리즈에서는 상대적으로 개그를 절제하고, 로켓의 과거를 다루는 데에 더욱 집중을 했더군요. 그렇다고 개그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 가오갤 캐릭터 중 드랙스가 그렇게 좋더군요. 무서운 인상과 근육질 몸매와는 상반되는 백치미가 불협화음의 코미디를 이끌어내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본래 시리즈의 장점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앞서 말한 신파를 영화의 메인 플롯으로 썼다는 점이 저에겐 가장 의문이었습니다. 물론 로켓의 과거를 중점으로 가오갤 시리즈의 마무리를 뭉클하게 가져가겠다는 감독의 의도는 너무나도 잘 알겠지만, 오히려 그러한 선택이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을 스스로 가려버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나온 마블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다방면으로 안정적인 밸런스를 갖추고 있고, 신파의 의아함을 제외하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매력이 있는 영화라고는 생각합니다.

 

점: ★★

 

 

 

6. 슬픔의 삼각형

작년 칸 영화제에서 무려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이죠. 저는 처음에 '슬픔의 삼각형'이 황금종려상을 받고 루벤 외스틀룬드가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은 감독의 대열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여러 의미로 굉장히 놀랐습니다. 일단 황금종려상을 두 번 받은 감독의 한 명 더 늘었다는 사실 그 자체와, 루벤 외스틀룬드가 그 정도의 영광을 받을 실력이 있는 감독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첫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인 '더 스퀘어'를 일찍이 감상했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 옛날에 봤기에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슬픔의 삼각형'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감독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을 때, 올바르지 않은 편견에서 기인된 잘못된 의구심이라고 생각하고 일단 보고 판단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영화의 컨셉도 제가 좋아하는 사회 고발극과 블랙코미디의 결을 합친 작품이었기에, 상당한 기대를 한 채로 영화를 감상했습니다.

 

누구나 평등한 사회를 원한다고 외칠 수는 있으나 정작 가진 자들에게 평등은 그저 발언에서 그칠 뿐, 막상 그들의 실상은 평등과 완전히 반대되는 모순적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 씁쓸한 사회의 현실이죠. 영화는 그러한 자들이 쌓아 올린 자본주의라는 탑을 대표하는 호화선 크루즈에 재앙을 일으키면서, 현대의 극단적 삼각형 계급을 완전히 뒤집는 사회고발적 블랙코미디를 스크린에 골 때리게 펼쳐냅니다. 부르주아들의 높은 계급과 자본을 상징하는 크루즈 안에서는, 오직 그들만이 그곳의 왕으로서 군림합니다. 그러한 부조리한 장소에서의 하등 계급을 가진 일개 직원들은, 자유를 만끽하며 노는 것조차 부르주아들을 위한 업무가 되고 말죠. 그러나 자본주의와 삼각형 계급의 논리를 완전히 벗어난 무인도에서는, 오로지 돈이 모든 해결 방식이었던 부르주아들은 마치 본인들의 안식처였던 크루즈처럼 서서히 침몰하게 되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로운 각본으로 연출해냅니다. 개인적으로 작년 황금종려상은 '헤어질 결심', '퍼시픽션', '토리와 로키타' 중 하나가 받았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 시대의 모순을 제대로 저격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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